“크루즈는 부자만 타는 거 아니에요?” — 직접 타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크루즈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두 가지를 먼저 떠올린다. 비싸다. 그리고 영어가 안 되면 불편하다. 우리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속초항에서 출발하는 북해도 크루즈 를 5박 6일 동안 타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편견이 꽤 많이 깨졌다.
2년 전 그리스에서 지중해 크루즈를 탄 적이 있다. 그때도 좋았다. 하지만 이번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출발이 한국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부담이 절반으로 줄었다.
이 글은 속초 출발 → 일본 북해도(홋카이도) → 부산 복귀 일정 중 승선 첫날부터 오타루·삿포로 기항까지 의 기록이다. 객실은 어땠는지, 선상에서 뭘 하며 지냈는지, 한글 안내는 정말 편한지, 삿포로 당일 쇼핑은 어떻게 돌았는지 — 크루즈가 처음인 사람 기준으로 솔직하게 풀었다.
여기는 강원도 속초항. 배 위에서 여행이 시작됐다.
속초 출발 크루즈가 특별한 이유 3가지
이번 배는 롯데관광이 통째로 전세를 낸 크루즈 였다. 우리는 운 좋게 엠버서더로 함께하게 됐다. 직접 겪어보니 국내 출발 크루즈만의 장점 이 분명했다.
첫째, 공항 대신 항구에서 시작한다. 멀리 사는 분들도 걱정할 필요 없었다. 잠실, 대구, 대전, 부산 등에서 셔틀 이 운행되고 있었다. (셔틀 제공 여부는 항차별로 다를 수 있다.)
둘째, 모든 안내가 한글이다. 이게 생각보다 컸다. 매일 객실로 들어오는 선상 신문 에 그날 공연, 도착지, 식사 시간이 전부 적혀 있다. 예전 지중해 크루즈에선 이게 다 영어라 번역기를 돌렸다. 이번엔 그럴 일이 없었다.
매일 들어오는 한글 선상 신문. 국내 출발 크루즈의 진짜 장점이다.
셋째, 어르신도 편하게 탄다. 식당 입구마다 한국어를 하는 롯데 직원이 있었다. “몇 분이세요?” 하고 안내해주는 분이 직원이었다. 연세 있는 분들이 식사 걱정 없이 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탄 배 —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
배 이름은 코스타 세레나(Costa Serena) . 이탈리아 코스타 크루즈(Costa Cruises) 가 운영하는 11만 4천 톤급 대형 크루즈다. 길이만 289m, 정원 약 3,800명. 우리가 탔던 항차는 이 배를 롯데관광이 통째로 전세(차터) 낸 한국인 전용 운항이었다.
서양 매체에선 이미 익숙한 배다. 부산·속초·포항에서 일본 홋카이도를 도는 아시아 항로를 몇 년째 운항해왔다. 그런데 한국어 후기는 의외로 많지 않다. 국내 출발 한글 안내 + 이탈리아 선적 대형 크루즈 라는 조합이 한국 여행자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배 안에서 이탈리아 색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승무원 구성 — 이탈리아·필리핀·동남아 국적이 섞여 있다.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통한다.
음식 — 정찬에 파스타·티라미수·판제로티(이탈리아식 튀김 만두) 같은 메뉴가 자주 등장한다.
선내 안내방송 — 영어·이탈리아어·한국어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한식 메뉴, 한글 신문, 한국 가수 공연 이 매일 들어와서 어르신도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구조다. 이게 롯데관광 전세 크루즈의 진짜 차별점이다.
객실 공개 — 코너룸인데 숨은 발코니가 있었다
배정받은 방은 코너룸 이었다. 처음 들어가니 화장대 겸 작업대가 있고, 침대는 2개였다. (이 부분은 살짝 아쉬웠다.) 대신 옷장이 3칸 이라 큰 캐리어 두 개를 풀어도 정리가 깔끔했다.
화장실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약간 일본식 느낌이었다.
그런데 진짜는 따로 있었다. 숨은 발코니 공간 이 있었다.
숨어 있던 발코니. 아침에 커피 마시며 바다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발코니에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배 위”라는 느낌이 안 든다. 그냥 좋은 숙소 같다. 짝꿍 말이 정확했다. “아파트가 통째로 움직이는 거네.”
냉장고도 있었다. 지중해 크루즈 땐 냉장고가 없어서 물을 계속 가져왔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선상카드 — 배 안에서는 이 카드 하나로 다 된다
크루즈를 타면 승선 24시간 안에 선상카드를 등록 해야 한다. 키오스크에서 본인 신용카드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았다.
배 안에서 먹고, 마시고, 게임하고, 결제하는 모든 게 이 선상카드로 처리 된다. 내릴 때 연결해둔 카드에서 한 번에 빠져나간다. 현금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물론 현금으로도 선상 카드를 등록 할 수 있다.)
팁: 신용카드 1개로 여러 명을 등록할 수 있다. 부부나 가족이면 한 사람 카드에 묶어두면 편하다.
배 안 시설 — 수영장 3개에 카지노, 대극장까지
짐 정리를 마치고 배를 한 바퀴 돌았다. 솔직히 놀랐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배에 이런 게 다 있다고?”
수영장 3개 (그중 하나는 미끄럼틀 풀)
스파
카지노
스시 식당
매일 공연이 열리는 대극장
농구대, 탁구대, 갑판 산책로
배가 넓어서 갈 곳이 가득했다. 첫날 저녁, 속초항을 빠져나가며 본 노을이 항해의 시작을 예쁘게 물들였다.
크루즈 첫날을 물들인 노을. 바다에 해가 그대로 비쳤다.
첫 정찬 — 코스요리에 음료가 무제한이었다
저녁은 정찬 코스요리 를 먹었다. 정찬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우리는 2부(7시 45분)를 골랐다.
자리에 앉으면 코스로 음식이 차례로 나온다. 식전 빵부터 버터 풍미가 가득했다. 이어서 애피타이저가 나왔다.
스파이시 살라미
튜나 타르타르
비프 타르타르
해산물 샐러드 (새우가 들어간)
파스타
정찬 애피타이저. 맥주랑 어울려서 손이 계속 갔다.
여기서 또 하나 좋았던 점. 전세 크루즈라 맥주와 소프트드링크, 물이 무제한 무료 였다. 한국 사람한테 이건 꽤 큰 메리트다.
이 배는 이탈리아 선적이라 승무원이 대부분 외국인이다. 필리핀, 이탈리아 등 다양했다. 오랜만에 눈을 맞추며 인사하는 문화가 반가웠다. 짝꿍은 “이게 너무 좋다”며 살짝 울컥하기도 했다.
밥을 먹고 저녁 공연까지 보니 첫날 밤이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 전일 해상 — 배에만 있는데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둘째 날은 하루 종일 항해하는 전일 해상 이었다. 속초에서 북해도까지는 거리가 멀다. 처음엔 “배에만 있으면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다.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다.
아침은 운동으로 열었다. 갑판에선 줌바 수업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헬스장으로 갔다. 무동력 트레드밀 까지 갖춰져 있었다.
배 위에서 시작한 아침 운동. 생각보다 건강한 크루즈 라이프.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게 있다. 운동하는 어르신이 정말 많았다. 연령대와 상관없이, 남녀 가리지 않고 아침부터 몸을 움직였다. “우리가 이상한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 괜히 반가웠다.
아침은 정찬식당이 뷔페로 바뀐다. 비빔밥, 고추장, 김치, 된장국 까지 있었다. 어르신들이 식사 걱정 없이 드시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배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그날 밤 우리는 8시간을 푹 잤다. 배 위에서도 일상생활이 그대로 가능했다.
하루를 꽉 채운 선상 프로그램
전일 해상이라 프로그램이 정말 많았다. 매일 들어오는 신문을 보며 시간표를 짰다. 마치 미션 깨듯이.
크루즈 가수왕 선발대회 — 1차 예선에만 60명이 출전했다
탁구 리그 (공은 1달러로 2개 구매해야 한다.)
농구, 갑판 산책
세일존 과 상점 (정찬 의상을 안 챙겼어도 여기서 구입 가능)
대극장 이벤트
처음 보는 사람들이 크루즈 하나로 가까워졌다. 무대엔 나이 불문 끼쟁이가 가득했다.
차 예선에만 60명. 크루즈 가수왕 선발대회 현장.
대극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큰 수술을 하고 비행기로 해외를 가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는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져서 너무 좋았다”고 하셨다. 크루즈가 누구에게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저녁엔 정찬에 고추장 삼겹살 이 나왔다. 감자수프, 새우 샐러드, 비빔밥까지. 공연으로는 압도적인 실력의 테너 무대가 이어졌다.
밤에는 선장님과 사진 촬영 이 있었고(촬영은 무료이나 사진은 구매해야 한다), 보물찾기 이벤트도 열렸다. 경품은 소주, 육개장, 맛동산, 키링, 50% 할인권 등이었다. 우리는 끝내 못 찾고 양보했다. 그렇게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손바닥이 얼얼한 하루였다.
셋째 날, 오타루 입항 — 우리는 삿포로 쇼핑데이로 정했다
셋째 날 아침, 드디어 홋카이도 오타루 에 도착했다.
크루즈 입항에는 순서가 있다. 기항지 투어 신청자가 먼저 내리고, 자유여행은 맨 마지막에 내린다. 우리는 9시 30분쯤 하선했다. 4시 30분까지는 배로 돌아와야 했다. 시간이 넉넉하진 않았다.
오타루 입항. 자유여행은 가장 마지막에 내린다.
오타루 시내를 둘러볼지, 삿포로로 갈지 고민했다. 우리는 삿포로 쇼핑데이 로 정했다. 사고 싶은 게 있었기 때문이다.
오타루항에서 오타루역까지는 약 1km다. 빠르게 걸어가 JR 쾌속선 을 탔다. 삿포로까지 약 38분이 걸린다.
작은 에피소드 하나. 가는 길에 AI(제미나이)한테 정보를 물었다가 두 번이나 틀렸다. 요금도 다르게 나왔고(실제 800엔), 쇼핑몰 웰컴 쿠폰은 이미 종료된 정보였다. “AI 정보는 항상 더블 체크가 필요하다”는 걸 여행 중에 배웠다.
삿포로 면세 쇼핑 — 크루즈 여권 사본이 핵심
삿포로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쇼핑을 돌았다. 여기서 크루즈 여행자만의 면세 팁 이 있다.
크루즈를 타면 승선 시 여권을 반납하고 여권 사본 을 받는다. 사본 뒤에 영수증 같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는 이 사본으로 면세를 받을 수 있다.
다이마루 백화점. 여권 사본으로 면세, 거기에 5% 게스트 쿠폰까지.
처음엔 다이마루 백화점 직원이 “사본이라 안 된다”고 했다.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어딘가에 확인 전화를 하더니 된다고 해서 처리됐다. 여권 사본은 일본 여행 중 여권을 대체하는 서류이기 때문이다. 결론: 된다.
다이마루에서는 5% 게스트 쿠폰 도 준다. 면세에 쿠폰까지 더하니 한국보다 훨씬 저렴했다. 여기서 오래 사고 싶었던 스카프를 구했다. 엄마와 할머니 선물용이었다.
신발도 봤다. ABC마트 그랜드 에서 가격을 체크했다. 살로몬은 17만 원대(트레킹화), 아식스는 면세 적용가가 괜찮았다.
삿포로 스시 — 성게알 한 점이 8천 원, 그런데 값을 했다
쇼핑만 한 건 아니다. 삿포로에서 유명한 초밥집 **네무로 하나마루(Nemuro Hanamaru)**에 갔다. 대기가 많은 집이라 QR로 대기를 걸어두고 쇼핑을 다녀왔다.
네무로 하나마루의 스시. 생선이 도톰하고 하나도 안 비렸다.
성게알 초밥은 1점에 8,000원 이었다. 비싸다 싶었는데, 한 입 먹고 납득했다. “그 값을 한다.” 신선함이 달랐다. 참치 초밥은 입에서 녹았고, 오징어 초밥도 일품이었다. (짝꿍은 일본만 오면 하루 한 번은 오징어를 먹는 오징어 귀신이다.)
회는 큼직했고 도톰했다. 생맥주까지 곁들이니 그날 점심값은 6,017엔, 약 6만 원이 나왔다. 둘이 이만큼 먹고 이 가격이면 만족스러웠다.
다시 오타루 — 오르골당과 르타오, 그리고 언박싱
쇼핑과 식사를 마치고 오타루로 돌아왔다. 승선 시간 전까지 오타루를 짧게 둘러봤다.
먼저 오타루 오르골당 본관 . 회전목마 오르골이 돌아가고 사람이 가득했다. 영상에서 많이 보던 곳이라 한 번 와보고 싶었다. 우리 취향은 아니어서 구경만 잘 했다.
오타루 하면 여기. 오르골당 본관의 회전목마 오르골.
진짜 취향은 그다음이었다. 르타오(Le TAO) 본점 에서 시그니처 디저트를 맛봤다. 꾸덕한데 식감은 크림처럼 부드러웠다. 이 거리에 르타오 매장이 유난히 많은 이유가 본점이 여기라서다.
배로 돌아와 그날 산 것들을 풀어봤다.
류게츠 앙버터 과자 — 좋아하는 거라 또 샀다
머플러 2개 (선물용 포장)
아식스 운동화 (ABC마트 면세)
스탠다드(STANDARD) 보냉백 300엔 — 다이소가 만든 하이엔드 브랜드, 요즘 인스타에서 핫하다
장바구니 300엔(약 3,000원) — 가벼운데 맥주 8캔을 넣어도 안 찢어진다
삿포로·오타루 쇼핑 언박싱. 300엔 장바구니가 의외의 가성비.
그날 우리는 7시간 동안 약 2만 보를 걸었다. 오타루를 떠날 때, 누군가 떠나는 크루즈를 향해 연주를 해주셨다. 괜히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오타루에서의 하루를 노을이 아름답게 마무리해줬다.
5박 6일 크루즈, 셋째 날까지 일정 한눈에 보기
일차 위치 핵심 활동 1일차 속초항 출발 승선·객실·선상카드 등록, 정찬 코스, 첫날 노을 2일차 전일 해상 헬스장·줌바, 가수왕 대회, 보물찾기, 테너 공연 3일차 오타루 입항 삿포로 면세 쇼핑, 네무로 하나마루 스시, 오르골당·르타오 4~6일차 하코다테 → 부산 2편에서 이어집니다
크루즈를 직접 타보고 든 생각
크루즈를 타기 전엔 “일본 여행 가는데 배를 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크루즈 자체가 목적이고, 일본은 곁다리였다.
짝꿍의 표현이 정확했다. “리조트가 통째로 움직이는 거야.” 동남아에서 리조트에 머무는 것과 비슷한데, 그 리조트가 매일 바다를 건너 다른 도시로 데려다준다.
먹는 것도 달라졌다. 처음엔 매 끼니 가득 챙기고 야식까지 먹었다. 그런데 올인클루시브라 늘 먹을 게 있으니 오히려 욕심이 안 났다. 점점 가볍게,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즐기는 데 집중하게 됐다.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은 이거다. 크루즈는 부자만 타는 게 아니다. 특히 국내 출발 크루즈는 공항 스트레스도, 영어 부담도, 짐 이동의 번거로움도 없다. 어르신을 모시고 가기에도 좋다. 한 번쯤은 경험해볼 만하다.
참고. 9월에는 부산 출발 한·중·일 크루즈 도 있다고 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중국 상해와 일본 후쿠오카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관심 있다면 찾아보면 좋겠다.
📺 영상으로 보면 더 생생합니다
속초항을 떠나는 순간, 발코니룸 공개, 정찬 코스의 비주얼, 선상 가수왕 대회의 열기, 삿포로 성게알 초밥의 그 표정까지 — 글로는 담기 어려운 순간들이 영상에 있습니다.
👉 크루즈는 부자들만 타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직접 타보니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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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다덕(BADADUCK) 유튜브 채널의 세계여행 시리즈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본 여행은 롯데관광 크루즈의 제작지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