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3년 동안 단 한 번도 사람 때문에 그 나라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페루 살칸타이 트레킹에서 만난 브라질 친구들이 그걸 바꿔놨다. “저 친구들의 나라에 가보고 싶다.”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기억은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말을, 히말라야가 아니라 마추픽추에서 실감했다.

브라질은 막연한 두려움으로 계획에 없던 나라였다. 치안이 안 좋다고, 위험하다고, 오토바이로 핸드폰을 채간다고. 하지만 함께했던 두 친구 — 페드로와 루카스 — 가 그 두려움을 깨줬다.
쿠스코에서 충분히 쉰 뒤, 우리는 브라질행 비행기를 탔다.

쿠스코에서 상파울루까지
페루 쿠스코에서 리마를 경유해 상파울루까지 약 하루가 걸렸다. 밤 비행기라 쉽지 않았지만, 리마-상파울루 구간은 5시간 반이면 도착한다. 우리의 장거리 비행 한계가 딱 5시간 반 정도인 걸 이때 알았다.
공항에서 환전하면 35%를 손해본다. 시내 환전소나 ATM을 이용하자. 우리는 공항밖에 선택지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환전했는데, 1달러당 R$5.40을 받아야 하는 걸 R$3.50 수준으로 받았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우버로 약 1시간, $20 정도. 상파울루 공항에서 나오면 우버 표지판이 있어서 어렵지 않다. 지하철도 있지만, 짐이 많을 때는 우버가 안전하다.
숙소 — Jardin(자르딘) 지역

상파울루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다. 한 바퀴 돌아보니 테헤란로 같은 오피스 분위기. 하지만 해지기 전에 들어와야 한다는 건 잊지 말자. 핸드폰은 두 손으로 가리고 들고 다닌다. 이게 상파울루의 기본이다.
페드로의 가족과 슈하스코 — 현지인 없으면 절대 못할 경험
상파울루에 도착하고 이틀째, 살칸타이에서 만난 친구 페드로가 엄마와 아들을 데리고 나와줬다. 오늘의 계획은 브라질의 바비큐 **슈하스코(Churrasco)**와 삼바 음악을 함께 경험하는 것.
식당 입장부터 현지인이 없으면 불가능했다. 브라질 번호가 필요하고, CPF(개인 납세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여행자는 여권번호로 대체할 수 있다. 카드를 받아서 음식을 먹고 나갈 때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피카냐(Picanha) — 소의 엉덩이 윗부분 고기로 브라질 바비큐의 꽃. 질기지 않고 정말 맛있었다. 카프타, 브라질식 소세지, 팔미토(야자수 줄기 속살)까지 — 직원들이 고기를 들고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걸 골라 먹는 시스템이다.
카이피리냐(Caipirinha) — 브라질 국민 칵테일. 주문할 때 알코올 도수를 높게 또는 낮게 선택할 수 있다. 페드로 엄마는 당연히 센 걸로. 한 잔에 바로 얼굴이 빨개졌다.
과라나(Guaraná) — 브라질에서 콜라만큼 인기 있는 탄산음료. 체리 같은 맛.
식사 중에 삼바 음악이 흘러나왔다. 브라질 사람들의 자유로운 흥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됐다. 처음 만나는 우리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대해준 페드로의 엄마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루카스와 상파울루 중앙시장 — 코시냐를 아십니까
다음 날은 살칸타이에서 만난 또 다른 친구 루카스와 그의 아내가 나와줬다. 임신 9개월인 아내까지 함께 나와준 게 너무 고마웠다.
**상파울루 중앙시장(Mercado Municipal)**은 상파울루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 시장이다. 과일, 치즈, 햄, 생선, 브라질 원두 — 없는 게 없다. 딸기가 주먹만 하다.

여기서 꼭 먹어야 할 것.
모르타델라 샌드위치(Sanduíche de Mortadela) — 얇게 썬 모르타델라 햄을 겹겹이 쌓아 두툼하게 채운 샌드위치. 양이 엄청 많아서 둘이 나눠 먹어도 충분하다. 1년치 햄을 한 번에 먹는 느낌인데, 유명한 이유가 있는 맛. 뉴욕에서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었다.

시장을 나와서 루카스가 데려간 곳은 동네 아침 식당. 브라질 사람들이 출근 전에 들르는 곳이다.
코시냐(Coxinha) — 브라질 대표 길거리 음식. 카사바 반죽 안에 닭고기가 들어있다. 고로케에 피자 치킨 같은 맛. 이날 이후 1일 1코시냐를 먹게 됐다.
빵지케이주(Pão de Queijo) — 브라질식 치즈빵. 쫀득하고 치즈 풍미가 강하다. 안에 크림치즈를 추가로 넣어달라고 하면 더 맛있다. 이건 현지인만 아는 팁이다.

아베니다 파울리스타 — 일요일에는 축제의 거리
상파울루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아베니다 파울리스타(Avenida Paulista). 광화문 같은 큰 찻길인데, 일요일에는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거리 전체가 축제장이 된다. 곳곳에서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하고, 사람들이 삼바를 추고, 바나나 캔디를 사먹는다.

코앞에서 이런 행사를 했는데도, 현지인 친구가 없었으면 우리는 모르고 지나쳤을 거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상파울루 치안 — 솔직한 이야기
35개국을 다니면서 멕시코도, 콜롬비아도, 페루도 다 “조심하라”고 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괜찮았다. 브라질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보이는 시각이 바뀐다.
하지만 현지인 친구들도 몇 가지를 반복해서 말했다.
하나, 핸드폰은 두 손으로 가리고 들고 다녀. 오토바이로 채간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둘, 차에서 내리면 소지품을 확인해. 차 안에 놓고 내리지 말 것.
셋, 해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안전한 지역이라도 밤에는 다르다.
넷, 중앙시장 주변에 노숙자가 있을 수 있어. 현지인 없이 갔다면 돌아갔을 수도 있는 구간이 있었다.
사람이 만든 여행 — 왜 브라질에 잘 왔다고 느꼈는가
페드로는 주말 하루를 통째로 우리를 위해 써줬다. 루카스는 임신 9개월인 아내와 함께 장장 8시간을 써줬다. 먹여주고, 보여주고, 챙겨주고. 한국 과자와 소주, 막걸리를 선물로 건냈더니 너무 좋아했다.
브라질에 온 지 며칠 안 됐지만,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달랐다. 저런 친구들이 사는 나라라면 걱정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도 편견일 수 있다. 하지만 인복을 받았다고 느껴지는 나날들이었다.
세계여행을 하고 있다는 게 이럴 때 참 좋다. 몰랐던 세상을 마주할 수 있으니까. 누군가를 알아가고 그곳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 전체 영상 보기 → 마추픽추에서 만난 친구 때문에 브라질까지 갔다 (YouTu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