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항에서 배 타고 일본 3박 4일 — 숙박비 0원, 요나고·마쓰에 완전 정복 후기

일본 갈 때 꼭 비행기를 타야 할까? 강원도 동해항에서 배를 타면 15시간 만에 일본 돗토리현에 도착한다. 그리고 3박 중 2박은 배에서 자기 때문에 숙박비 0원. 우니 초밥 2,500원, 카이센동 2만…

일본 갈 때 꼭 비행기를 타야 할까? 강원도 동해항에서 배를 타면 15시간 만에 일본 돗토리현에 도착한다. 그리고 3박 중 2박은 배에서 자기 때문에 숙박비 0원. 우니 초밥 2,500원, 카이센동 2만 원대, 노천 가족탕 4만 원. 가격도 말도 안 된다. 일본 여행 루트를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왜 배 타고 일본인가 — 공항 vs 동해항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동해항 국제 여객 터미널

한국에서 일본 가는 길은 보통 인천·김포에서 비행기다. 그런데 이번에는 동해항에서 배를 탔다. 강원도에서 살기 때문에 인천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동해항은 1시간 거리다. 거기다 주차가 무료. 인천공항 경차 50% 할인보다 훨씬 좋다.

공항이 수속에 1시간 이상 걸리는 반면, 여기는 한산해서 30분 전에 도착해도 여유롭다. 국제여객터미널인데 매점 하나, 환전소 하나, 정말 단순한 구조다. 사람이 없으니까 붐비지 않고 스트레스도 없다.


이스턴 드림호 객실 — 15시간의 플로팅 호텔

동해항 일본 배 이스턴드림호 주니어 스위트룸 객실 내부
주니어 스위트룸. 화장실, 샤워 부스, 미니 냉장고까지 완비

배는 오후 5시쯤 출발해서 다음 날 아침에 일본 사카이미나토항에 도착한다. 15시간. 크루즈는 아니고 화물과 사람이 같이 이동하는 선박이다.

객실은 다양한데, 우리는 주니어 스위트룸을 이용했다. 방에는 화장실, 샤워 부스, 미니 냉장고, 음료수까지 있다. 공용 샤워장은 따로 있는데 바다가 보이는 구조라 사람 없을 때 이용하면 최고다.

배 안에는 나이트클럽, 바, 노래방까지 있다. 다인실도 있어서 예산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다. 조식은 비싸지 않은데 점심·저녁은 가격이 좀 있다.

중요한 팁: 파도가 센 날은 12시 전에 자는 게 좋다. 배가 많이 흔들려서 배멀미약을 미리 챙겨두면 마음이 편하다. 다음 날 일본 도착 후 “땅멀미”가 올 수 있으니 배고파서 그런가 싶으면 일단 밥부터 먹어라.


사카이미나토항 도착 — 첫 일본 아침, 설산 풍경

사카이미나토항
배위에서 바라본 풍경

다음 날 아침, 일본에 도착했다. 사카이미나토항은 지금까지 다녀본 일본 도시 중 가장 시골 감성이 강했다. 배 위에서 보면 바다 건너 설산이 보이는데, 장관이다. 눈 온 다음 날 보면 더 인상적이다.

사카이미나토항에서 요나고역까지는 무료 셔틀버스로 약 30분. 자유여행하다가 시간 맞춰서 다시 셔틀로 돌아오면 된다.


요나고 1일 차 — 홋카이도 카이케에서 우니 초밥 2,500원

라벨까페
사장님께서 직접 내려주시는 커피

요나고역에 내리면 바로 앞에 La Ball Cafe가 있다. 핸드드립 커피가 유명한 감성 카페다. 조식에 커피가 없어서 아침 각성이 필요한 사람에게 추천.

점심은 홋카이도 카이케(Hokkaido Kaike). 이름은 홋카이도지만 돗토리현 해산물 전문점이다. “홋카이도처럼 신선한 돗토리현 해산물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요나고 홋카이도 카이케 우니 초밥 660엔 돗토리현
초밥 하나하나가 다 신선하다
  • 참돔/방어/잿방어 3종 세트: 420엔 (약 4천 원)
  • 우니 초밥: 660엔 (약 6천 원)
  • 가지 튀김 초밥: 3개 280엔 (약 2,500원)

19접시 먹고 5,330엔 (약 4만 원). 엔저 덕분에 이 가격이 가능하다. 요즘 엔화 환율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이 퀄리티는 8만 원 이상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집 하나 때문에 요나고에 와도 된다. 쿠라스시, 스시로 같은 체인과는 퀄리티가 완전히 다르다.


카이케 온천 마을 — 당일치기 가족탕 60분 4만 원

요나고 카이케 온천 오션 가족탕 노천탕 바다 뷰
창문을 열면 노천탕. 60분 4,100엔.

점심 후 카이케 온천 마을로 이동. 요나고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지역이다. 검은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 바로 앞에 있다.

이용한 곳은 온천 오션(温泉オーシャン). 당일치기 가족탕이다.

  • 가족탕 60분: 4,100엔 (약 4만 원)
  • 40분, 60분, 80분 중 선택 가능
  • 클렌징, 샴푸, 트리트먼트, 바디워시, 남자 화장품 전부 비치

이전에 일본 일주할 때 가족탕이 6,000엔대였는데, 여기는 훨씬 저렴하다. 관광 활성화가 덜 돼서 때 묻지 않은 느낌이 있다.

가장 좋은 건 창문을 열면 완전 노천탕이 된다는 것.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고 찬바람이 들어오는데, 안에서는 온천 김이 올라온다. 겨울에 알몸으로 바다를 마주하는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숙소가 아닌 이상 당일치기 가족탕이 훨씬 효율적이다. 유모차, 부모님, 친구 같이 가는 경우에는 특히 이 옵션이 좋다.


돈키호테 + 배 복귀 — 첫날 밤 저녁은 배 위에서

이스턴드림호 저녁
다같이 혹은 따로 배위에서 사온 음식들로 식사

카이케 온천에서 나와서 돈키호테로 이동. 배에 올라가서 저녁 먹을 음식을 장 봤다. 교자, 마파두부, 타코와사비, 마구로 타타키동, 샐러드, 맥주까지. 항구에서 돈키호테까지 거리가 있으니 미리 지도 찍고 가는 걸 추천.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이 배는 크루즈가 아니라서 짐을 배에 놓고 내릴 수 없다. 매일 아침 캐리어를 들고 내려서 항구 보관소에 맡기고, 저녁에 다시 챙겨 올라가야 한다. 처음 이용할 때는 당황스러운데, 하루 지나면 익숙해진다.

팁: 당일 쓸 옷, 세면도구, 간식 정도를 작은 가방이나 비닐백에 미리 빼놓으면 매일 아침 짐 싸는 시간이 줄어든다.


요나고 2일 차 — 마쓰에성과 마츠에 이온몰

일본 로컬 셔틀버스
버스로가는 길은 로컬 느낌이 낙낙하다

둘째 날은 옆 현인 시마네현 마쓰에시로 이동했다. 사카이미나토 → 마쓰에 셔틀버스로 약 1시간. 요나고와는 완전히 다른 도시 느낌이다. 요나고가 시골이라면 마쓰에는 번화한 소도시다.

마쓰에성 (松江城)

마쓰에성 시마네현 원형 천수각 일본 서부 요새
마쓰에성. 일본에서 원형 천수각이 남아있는 12개 성 중 하나.

일본에서 원형 천수각이 남아있는 12개 성 중 하나다. 일본의 서부를 방어했던 요새답게 위압감이 상당하다. 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압도적이다.

내부 입장은 유료지만, 바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올라가는 길도 예쁘고 공기도 맑다.

카메다야마 Tea Room (亀田山茶房)

마쓰에성 바로 근처의 옛날 건물 그대로 보존된 카페. 일본 개항기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다른 시대에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산미 있는 드립 커피를 파는데, 분위기 자체가 힐링이다. 한국에는 없는 감성이라 1시간 머물러도 좋다.

이온몰 마쓰에

일본 쇼핑 성지. 무인양품, 칼디 커피 팜, 다이소,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한 건물에 다 있다.

이번에 산 것들 (일본 쇼핑 리스트):

  • 무인양품 인센스: 사이프러스, 라벤더. 동남아 제품보다 향이 부드러움
  • 무인양품 카레: 버터치킨, 마파두부 소스
  • 무인양품 치즈 함박스테이크
  • 칼디 커피 팜 명란 토스트 스프레드: 발라서 구워 먹는 명란 스프레드
  • 칼디 미소국: 엄마 선물용
  • 구슬 카스테라: 매장에서 갓 구운 거. 델리만쥬 완전 맛있는 버전

무인양품에서 11,300엔, 칼디에서 2,150엔 지출. 한국에서 사면 훨씬 비싸다.


사카이미나토 요괴 로드 + 카니 지만(Kani Jiman) 게살 덮밥

사카이미나토 요괴로드
거리 곳곳에 요괴 캐릭터

둘째 날 오후는 사카이미나토 요괴 로드 (미즈키 시게루 로드 / 水木しげるロード). 일본 요괴 만화 작가 미즈키 시게루가 이 동네 출신이라서 거리 전체가 요괴 테마다. 만화 캐릭터 동상들이 거리 곳곳에 있다.

점심은 요괴 로드 근처의 카니 지만 (Kani Jiman). 게살 덮밥 맛집이다.

사카이미나토 카니 지만 게살 덮밥 카니동 2980엔
카니 지만의 게살 덮밥. 2,980엔. 진짜 게 한 마리 분량.
  • 게살 덮밥 (카니동): 2,980엔 (약 2만 8천 원)
  • 해산물 덮밥 (카이센동): 2,480엔 (약 2만 3천 원)
  • 맥주 포함 총 6,010엔 (약 5만 5천 원)

사카이미나토는 항구 도시라 게, 오징어, 조개가 유명하다. 이 게살 덮밥은 게 껍데기를 넣은 게 아니라 진짜 게 한 마리 분량의 살이 통째로 올라간다. 홋카이도 가서 카이센동 먹을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귀국 — 마지막 밤 파티, 도착은 자고 일어나면 동해항

저녁 전 PLANT 5 슈퍼마켓에서 마지막 밤에 먹을 장 보기. 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불태울 맥주, 과일, 안주를 샀다. 항구 면세점도 있어서 일본 맥주를 더 샀다.

배에 오르니 이틀 지냈다고 집 같은 느낌이 든다. 저녁 뷔페 먹고 맥주 마시면서 동해로 향했다.

이 여행의 진짜 매력은 “시간이 나와 따로 움직이는 기분”이다. 씻고 나왔더니 배가 출발해 있고, 밥 먹고 자고 일어나니 한국에 도착해 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계속 이동되는 느낌.

다음 날 아침 일출 보고, 조식 먹고, 동해항에 내렸다. 끝.


일본 배 여행, 누구에게 좋을까

추천:

  • 강원도·경상북도 거주자 (공항까지 가는 비용과 시간 절감)
  • 예산 절약 여행자 (왕복 배 삯에 2박 숙박비 포함)
  • 부모님 모시고 첫 해외여행 (비행기 부담 덜함)
  • 20대 초중반 청춘 여행 (낭만 있고 가성비 좋음)

비추천:

  • 시간이 촉박한 여행자 (편도 15시간)
  • 럭셔리 여행 선호자 (크루즈가 아니라 선박)
  • 배멀미가 심한 사람 (파도에 따라 흔들림)

3박 4일 돗토리·시마네 여행 실전 팁

  1. 동해항은 주차 무료. 공항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2. 짐은 캐리어 + 당일 가방 분리. 매일 아침 짐 옮기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
  3. 배멀미약은 출발 1시간 전에. 12시 근처 파도가 가장 심하니 일찍 자는 게 좋다.
  4. 사카이미나토 → 요나고 무료 셔틀 이용. 지하철보다 훨씬 편하다.
  5. 홋카이도 카이케 무조건 가라. 요나고 1순위 초밥집. 웨이팅 있어도 기다려라.
  6. 카이케 온천 가족탕 60분이면 충분. 4,100엔으로 노천탕 경험 가능.
  7. 돈키호테에서 배에 탈 저녁 장 보기. 배 매점보다 저렴하고 선택지 많음.
  8. 마쓰에성 내부 입장 안 해도 OK. 바깥 풍경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
  9. 이온몰에서 “사고 싶은 거” 대신 “필요한 거” 리스트 만들어가기. 안 그러면 돈 순식간에 사라짐.
  10. 카니 지만 게살 덮밥은 예약 없음. 웨이팅 길 수 있으니 여유 있게 방문.

영상으로 보면 더 생생합니다

설산 풍경, 우니 초밥 먹는 순간, 카이케 노천탕에서 바다 보는 장면, 요괴 로드의 다양한 캐릭터들 — 글로는 못 담는 순간들이 영상에 있습니다.

👉 1편: 동해항 출발 ~ 요나고 초밥·온천 (바다덕 채널)

👉 2편: 마쓰에성 ~ 요괴 로드 ~ 귀국 (바다덕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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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다덕(BADADUCK) 유튜브 채널의 세계여행 시리즈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