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사는남자’를 보고 2시간 내내 오열했다. 단종의 눈빛을 본 순간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바로 결정했다. 영월 가야 된다. 그렇게 1박 2일 영월 여행을 다녀왔다. 영화를 보고 가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청령포 — 배를 타고 들어가는 단종의 유배지
영월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간 곳은 청령포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인데, 1인당 3천원이다.
주차장에서 청령포를 내려다보는 순간, 영화의 장면이 겹쳤다. 단종이 뗏목에 실려 끌려가던 그 장면. 괜히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주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고 온 사람이라면 이해할 거다.
배를 타고 2~3분이면 섬에 도착한다. 안에 들어가면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집이 재현되어 있다.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 실제로 보니 더 작고, 더 외롭다. 선왕이 살았던 집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협소하다. 지금이야 산책길 데크도 깔려있지만, 그 당시에는 이 집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을 거다.
600년 된 소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고, 꼭대기에 올라가면 망향탑이 있다. 고향(한양)을 그리워하며 세운 탑이다. 여기서 단종이 한양 방향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영화에서는 시녀가 전미도 한 분으로 표현됐지만, 실제로는 여섯 명이었다고 한다. 단종의 죽음을 슬퍼하며 낙화암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영화가 주는 힘이 이런 거다. 영화 없이 그냥 왔다면 “응.. 소나무.. 으음.. 그냥 뭐 이런 곳” 하고 지나갔을 텐데, 영화를 보고 오니까 감정을 대입해볼 수 있었다.
다슬기 해장국 — 영화 속 그 음식
영화에서 엄흥도(유해진)가 동강에서 다슬기를 잡아 단종에게 국을 끓여 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영월 동강은 실제로 다슬기가 많이 나는 곳이다. 그래서 영월 시내에 다슬기 해장국 식당이 여러 곳 있다.
우리가 먹은 곳은 동강 다슬기 전문점. 21,600원(2인)이었다. 시내 영월역 바로 앞에 공영주차장(무료)에 주차하고 걸어갔다.
동강 다슬기 위치(네이버지도)
장릉 — 단종의 묘
장릉은 단종의 능이다. 조선 왕릉 중에서도 가장 슬픈 이야기를 가진 곳. 입장료는 1인당 2,000원이다.
꿀팁: 서울 강동구와 영월군이 자매결연을 맺어서, 강동구를 포함한 일부 자치구 주민은 영월군 주요 관광지 입장료가 50% 할인된다. 청령포, 장릉, 고씨굴 등 여러 곳에서 적용되니, 해당 지역 주민이라면 신분증을 꼭 챙기자.
영월 시장 — 순대국, 올챙이국수, 소금빵
장릉을 보고 시장으로 갔다. 시장순대국 13,500원, 올챙이국수+전+메밀전병 19,000원. 영월 소금빵도 9,800원에 사 먹었다. 시장 주차비는 300원. 저녁에는 막걸리 한 병(4,950원)으로 마무리.
선돌 — 영화 세트장은 이미 없다
영화 촬영지를 보고 싶어서 선돌에 갔다. 하지만 영화 세트장은 촬영 후 철거되어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선돌 자체의 풍경은 볼 만하다. 가는 길에 ‘단종대왕 유배길’이라는 트레킹 코스도 발견했다. 선돌에서 청령포까지 5.8km.
한반도 지형
주차비 2,000원(승용차 기준). 우리는 경차라서 1,000원. 주차장에서 생각보다 꽤 걸어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강이 한반도 모양으로 흐르는 풍경이 나온다. 영월은 내륙인데도 강과 산이 어우러져서 풍경이 독특하다.
곤드레 돌솥밥 — 장릉시골밥상
마지막 날 아침. 장릉 바로 앞에 있는 ‘장릉시골밥상’에서 곤드레 돌솥밥을 먹었다. 1인 13,000원(2인 26,000원).
쌀이 진짜 맛있다. 오바가 아니라 진짜 탱글탱글하고 윤기가 장난 아니다. 곤드레를 돌솥밥에 넣어 비벼 먹고, 숭늉까지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시골 밥상의 1순위는 속이 편해야 하는 건데, 여기가 딱 그랬다.
숙소 — 영월 소담 흙집 펜션
영월 소담 흙집 펜션 (네이버 지도) 에서 1박 140,000원. 흙집이라 분위기가 독특하고, 사장님이 정말 친절하셨다.
1박 2일 총경비 정리
항목 비용 숙소 (영월 소담 흙집 펜션) 140,000원 청령포 입장료 (2인) 6,000원 장릉 입장료 (2인) 4,000원 동강 다슬기 해장국 21,600원 시장순대국 13,500원 올챙이국수, 전, 메밀전병 19,000원 장릉시골밥상 곤드레 돌솥밥 (2인) 26,000원 영월 소금빵 9,800원 막걸리 4,950원 휴게소 핫도그 5,500원 기름값 20,000원 한반도지형 주차 (경차) 1,000원 시장 주차비 300원 다이소 4,000원 합계 약 276,450원
1박 2일 영월 여행 총 27만원. 숙소비(14만원)를 빼면 먹고 보고 즐긴 비용은 약 13만원이다.
4월에 영월 간다면 — 제59회 단종문화제 (4/24~26)
2026년 4월 24일(금)부터 26일(일)까지 3일간 영월에서 제59회 단종문화제가 열린다. 입장 무료.
올해 단종문화제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영화 ‘왕과사는남자’의 장항준 감독이 직접 참석해서 4월 24일 개막일에 영월문화예술회관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유해진, 박지훈 등 주요 배우들의 참석 여부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주요 프로그램:
단종국장 재현 — 조선시대 왕의 장례 행렬을 대규모로 재현하는 축제의 백미
단종제향 — 장릉에서 진행되는 공식 추모 제례
가장행렬 및 별별퍼레이드
정순왕후 선발대회
칡 줄다리기 — 관람객 직접 참여 가능
궁중음식 경연대회 ‘단종의 미식제’
야간 드론쇼 및 불꽃놀이
깨비 노리터 (어린이 체험)
여우내·청년마켓, 먹거리 마당
장소: 영월 장릉, 관풍헌, 동강둔치, 영월문화예술회관
팁: 토요일 오후에는 단종국장 재현으로 시내 교통이 통제될 수 있다. 오전에 도착해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게 좋다. 1박 2일로 계획한다면 첫날 축제 + 동강둔치, 둘째 날 청령포 + 장릉 코스가 추천.
영화를 보고 가면 청령포와 장릉에서의 감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4월 단종문화제 기간에 맞춰서 영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영화 ‘왕과사는남자’를 꼭 먼저 보고 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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