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진짜 천장 뚫리는 줄 알았어요”

새벽 1시였다. 33피트짜리 거대한 캠핑카가 흔들리고 있었다. 비는 천장을 뚫을 듯이 쏟아졌고, 천둥이 쳤다. 짝꿍과 나는 잠에서 깼다. “이거 허리케인 전조 아니야?” 우리가 자고 있던 곳은 텍사스 갤버스턴 주립공원. 바다에서 1km도 안 떨어진 곳이었다.
“어제 밤에 자고 있는데 새벽 한 1시?”
“비가 진짜 천장 뚫리는 줄 알았어요. 너무너무 많이 내리는 거예요.”
“그리고 막 천둥도 치고 바람이 불어서, 이렇게 흔들렸어 트럭이.”
이 글은 지난번 1달러 캠핑카로 미국 횡단 1편 — 마이애미 출발에 이어지는 미국 횡단 1달러 캠핑카 시리즈의 한 편이다. 마이애미를 떠나 플로리다를 횡단하고, 앨라배마에서 USS 배틀쉽 메모리얼 파크를 보고, 텍사스로 넘어와 갤버스턴에서 새벽 폭풍우, NASA 휴스턴, 그리고 록하트 바베큐의 수도까지. 약 1,500km를 달린 미국 남부 횡단을 솔직하게 풀어볼게.
1달러 캠핑카 — 33피트 모터홈의 정체

이 캠핑카는 하루 1달러로 빌렸다. imoova라는 캠핑카 리로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한 것. 차량은 33ft Thor Motor Coach 모터홈 A클래스. 미국 최대 캠핑카 브랜드 중 하나의 풀사이즈 모터홈이다.
“저희는 하루에 1달러로 초호화 버스 캠핑카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하고 있고요.”
“이게 지금 저희가 타고 있는 캠핑카입니다. 버스에요 버스.”
내부는 슬라이드아웃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한쪽 벽이 통으로 옆으로 밀려 나가면서 거실/주방 공간이 두 배로 넓어진다. 침실, 거실, 주방이 분리된 풀사이즈 모터홈이다.

“여기는 거실, 주방 공간.”
“여기는 침실. 굉장히 넓고 쾌적하게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이 캠핑카를 빌리기 전에 우리는 마이애미에서 샌프란시스코 가는 비행기를 이미 예약한 상태였다. 그런데 imoova에서 1달러 캠핑카가 떴고, 우리는 그 비행기를 포기했다.
“여러분 사실 저희가 그동안 말 안 한 게 있는데.”
“저희 이 1달러 캠핑카 예약하기 전에 마이애미에서 샌프란시스코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었거든요.”
“30얼마 해가지고 예약했는데, 그 이후에 이 1달러 캠핑카가 나온 거예요.”
“LA를 가는 그 여정이 너무너무 재밌을 것 같은 거예요. 이걸 놓칠 수가 없겠는 거예요.”
비행기 값은 날렸지만, 이 여정은 비행기로는 절대 못 하는 경험이었다.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결정이었다.
USS 앨라배마 배틀쉽 메모리얼 파크 — 영화에서 보던 진짜 전함
플로리다를 떠나 앨라배마 주로 넘어왔다. 어제 차박지에서 약 3시간 50분 운전해서 도착한 곳은 USS 앨라배마 메모리얼 파크(USS Alabama Battleship Memorial Park).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제 출격했던 항공기, 잠수함, 전함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여기는 USS 엘러배마 메모리얼 파크라고 해서, 세계 제2차 대전 때 실제로 출격했었던 항공기랑 선박이랑 잠수함, 이런 것들이 있는 곳이래요.”
“또 미국이 세계 군사력 1위, 압도적으로 1위인 나라잖아요. 이 나라의 항공과 선박은 어떨지 보면 너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서 보러 왔고.”
입장료는 주차비 + 2인 입장료 = 48달러 (약 67,000원). 입구 쪽에는 한국전쟁 기념비도 있어서, 한국 사람으로서 의미가 있는 방문이었다.
항공기 — 영화에서만 보던 폭격기들

가장 먼저 본 건 거대한 비행기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건 칼라미티 제인(Calamity Jane).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활약한 장거리 전략폭격기로, 60~70년대 베트남 상공에서도 운용된 기체다.
“이게 영상이라 그렇지 엄청 크거든요. 진짜 커요 비행기가.”
“60년대랑 70년대 베트남 상공에서 운용됐대.”
비행기 표면에 그려진 빨간 폭탄 모양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해당 비행기가 수행한 폭격 임무 1회를 뜻한다는 설명이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걸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느낌이 이상했다.
“모르겠어 너무 영화에서 보던 걸 실제 눈앞에서 보니까 너무 이상해 느낌이.”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기껏 해봐야 초등학교 때 전쟁기념관 정도 간 게 전부였던 것 같거든.”
가장 희귀한 전시품은 스텔스 기 시초에 해당하는 정찰기였다. 냉전기에 소련과 쿠바 정찰 임무를 맡았던 기체로, 전 세계에 단 13대만 존재하는데 그 중 한 대가 여기 있다고 했다.

잠수함 USS Drum — 안에 들어가 본 진짜 잠수함

interior-narrow.jpgUSS Drum 잠수함 내부그다음은 잠수함 USS Drum. 단순히 외관만 보는 게 아니라 내부에 직접 들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잠수함이 어떻게 바다에 가라앉아서 항해할 수 있는지, 거대한 어뢰 발사관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직접 볼 수 있다.
“이게 어떻게 바다에 가라앉아서 갈 수 있어?”
“이거 미사일이네. 어뢰라고 하지. 물 속에서 쏘는 거.”
“한 번에 4발을 쏠 수 있는 거겠지?”
내부는 굉장히 좁았다. 장교 2인실, 캡틴실, 5인실, 회의실, 화장실까지 모든 공간이 한 사람 어깨너비밖에 안 되는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침대도 너무 좁아서 누우면 천장이 코앞이었다.
“여기 누울 수.. (너무 좁다)”
“나 정도 돼야 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보, 우리 캠핑카는 엄청 큰 거야.”
“내가 항상 말했지 초호화야 우리 지금.”
캠핑카가 좁다고 불평했던 우리가, 잠수함 내부를 보고는 캠핑카가 호화 호텔처럼 느껴진다고 농담을 했다. 잠수함은 그만큼 좁다.
화장실도 신기했다. 칸막이가 거의 없어서 “이렇게 있으면 똥 싸는 거 다 보는 거야?” 라는 의문이 절로 나왔다. 전쟁 중 작은 잠수함 안에서 함께 생활한 군인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갔다.
USS 앨라배마 전함 — 5만 톤짜리 거대한 전함

마지막은 메인이었던 USS 앨라배마 전함. 미국은 전함 이름을 각 주의 이름으로 붙이는 전통이 있다. USS 플로리다, USS 애리조나처럼. 이 배는 1940년대에 만들어져 1942~47년까지 5년간 태평양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후 1947년 퇴역했다.
“이 배는 1940년대에 생기고, 42년부터 47년까지 약 5년 동안 태평양 전쟁, 제2차 세계대전에서 참전했던 배고.”
“47년에 퇴역하고 나서 한 60몇 년까지 보관을 하다가, 여기 엘러배마 주 주민들이 모금을 해서 여기로 가지고 왔다고 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앨라배마 주민들이 직접 모금해서 이 전함을 본인들의 주로 가져왔다는 사실이었다. 자기 주의 이름이 붙은 전함을 폐기할 수 없다는 자긍심으로, 주민 모금이라는 방식으로 가져온 것이다.
“본인들이 살고 있는 주의 이름이 붙은 전함인데 폐기할 수는 없다 해가지고.”
“모금을 해서 가져왔대요. 그래서 여기에 이렇게 메모리얼 파크가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멋있잖아요.”
전함 위에 직접 올라갈 수도 있다. 5만 톤짜리 배 위에 서서 모빌 만(Mobile Bay)을 바라보면, 영화 속에서나 보던 풍경이 실제로 펼쳐진다.
입장료 정리
| 항목 | 비용 |
|---|---|
| USS 앨라배마 메모리얼 파크 입장료 (2인) + 주차비 | 약 48달러 (67,000원) |
| 소요 시간 | 약 3~4시간 |
| 주요 볼거리 | 칼라미티 제인 폭격기, USS Drum 잠수함, USS 앨라배마 전함 |
미국 군사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러야 할 곳. 한국에서 영화로만 보던 전쟁의 실체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새벽 1시의 폭우 — 갤버스턴 주립공원의 밤
전날 밤, 우리는 텍사스 남쪽 갤버스턴 주립공원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캠핑장. 주차비는 1대당 10달러. 어플로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갤버스턴은 휴스턴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섬으로, 미국 남부 멕시코만 연안에 위치해 있다. 이날 밤 우리가 고른 자리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캠핑사이트였다.
그리고 새벽 1시.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천둥이 쳤고, 33피트짜리 거대한 캠핑카가 바람에 흔들렸다. 우리 둘 다 잠에서 깼다. 텍사스 남부의 5월은 가끔 토네이도 시즌과 겹친다. 그래서 이런 폭우와 천둥은 단순한 비가 아닐 수 있다.
“(체감 10배 이상의 폭우가 쏟아졌다)”
“혹은 이게 허리케인의 전조인가?”
“그 생각을 했었는데 다행히 날이 좋아져 가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아침이 되자 비는 그쳤고,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캠핑카 여행에서 가장 무서운 건 날씨라는 걸 그날 새벽 처음 알았다. 호텔이라면 비가 와도 그저 풍경이지만, 캠핑카는 비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폭풍이 심하면 진짜로 차가 흔들린다.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다음 목적지로 출발할 수 있다.
NASA 휴스턴 — 50분 거리, 인생 경험

갤버스턴에서 NASA 휴스턴 공식 비지터 센터까지는 차로 50분 거리. 우리는 안전하게 이동했다. NASA 휴스턴은 정확히는 **존슨 우주 센터(Johnson Space Center)**다. 미국의 유인 우주 비행 본부 역할을 한다. 아폴로 시대부터 현재의 국제우주정거장까지, 미국 우주 탐사의 컨트롤 타워가 모두 여기에 있다.
“휴스턴에 NASA 공식 비지터 센터가 있더라고요.”
“여기는 유인 우주와 교신을 하는 그런 본부라고 해요.”
“그런 나사 같은 건 여기서만 가볼 수 있는 거니까.”
NASA에 가까워지자 도로 이름부터 달라졌다. “NASA Road”. 도로 이름 자체가 NASA였다. 주차장도 NASA 모양으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미국이 우주 강국으로서의 자긍심을 도시 인프라에 새겨 놓은 느낌이었다.
“주차장도 나사 모양이네.”
“벌써 우주에 들어온 거 같은.”

NASA 비지터 센터에서는 트램 투어를 운영한다. 우주비행사 훈련동, 국제우주정거장 임무 시설 등을 둘러볼 수 있는 투어. 영어 가이드라 우리는 챗 GPT의 도움을 받으며 설명을 이해했다. 영어 못하는 여행자에게도 AI가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시대다.
“영어로 설명을 해 주시는데 다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챗 GPT의 도움 받고 있어요. 챗 GPT 만세.”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우주비행사 훈련동이었다. 실제로 우주에 갈 사람들과 장비들이 리허설을 하는 공간. 영화에서만 보던 무중력 훈련 시설을 직접 눈으로 보니, 인류가 정말로 우주에 가고 있다는 게 실감 났다.
“여기는 실제로 우주에 갈 사람들이랑 장비들이 리허설을 하는 곳이에요.”
“이러다가 한 10년 후에 진짜 내가 우주에 갈지도 몰라.”
우주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미 상추와 무는 재배 성공한 상태. NASA가 단순한 우주 탐사를 넘어 인류의 식량 미래까지 연구하고 있다는 걸 직접 보고 왔다. 화성 탐사가 가능해지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식량이다. 무중력 환경에서 식물이 자랄 수 있다는 건, 인류의 우주 정착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유소 — 캠핑카는 기름 먹는 하마

NASA 투어를 마치고 다음 목적지인 록하트로 향했다. 가는 길에 주유소에 들렀다.
“여러분 저희가 초호화 버스 캠핑카를 타고 다니잖아요.”
“이게 커서 좋은데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진짜 기름 먹는 하마야.”
“하루에 거의 100불 정도씩 넣고 있거든요.”
캠핑카 일일 주유비 약 100달러 (14만원). 33피트 모터홈은 휘발유를 거의 트럭처럼 마신다. 텍사스는 그래도 미국에서 휘발유가 싼 편으로, 갤런당 2.6달러 정도였다.
“여기는 2.6달러 (1갤런당).”
“주유소들 화장실이 굉장히 깔끔합니다. 편의점 인테리어가 완전 텍사스네.”
텍사스는 미국 안에서도 자기 정체성이 강한 주다. 주유소 화장실, 편의점, 도로 표지판까지 모두 **”텍사스”**가 새겨져 있었다. 텍사스 바베큐 소스만 진열장 한 칸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였다.
록하트(Lockhart) — 텍사스 바베큐의 수도

다음 목적지는 텍사스의 록하트(Lockhart). 인구 1만 5천 명 정도의 작은 동네지만, 한 가지로 유명하다.
“이 록하트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록하트를 바베큐의 수도라고 명명했대요.”
“텍사스 주 의회에서.”
진짜다. 텍사스 주 의회가 공식적으로 록하트를 **”바베큐의 수도(Barbecue Capital of Texas)”**로 지정했다. 작은 동네지만 텍사스 바베큐의 원조격으로 통하는 곳이다.
문제는 RV 캠핑장이 없다는 것. 주립공원 하나가 있긴 했지만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숙소를 예약하기로 했다.
“이 동네에는 RV 캠핑장이 없는 거예요.”
“하나 주립공원이 있는데 이미 예약이 끝났어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떡하지 하다가 숙소를 발견했고.”
“저희 차가 크니까 주차를 할 수 있을까 싶어가지고 메일을 보내서 물어봤어요.”
운 좋게 잡은 숙소는 Americas Best Value Inn Lockhart. 메일로 RV 주차 가능 여부를 묻자 바로 답장이 왔고, 주차장이 넓다고 했다. 가격은 하루 약 8만원 (50~60달러). RV 캠핑장보다 오히려 저렴했다.
“정말 운이 좋게 RV 캠핑장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예약을 했어요.”
“이렇게 킹배드가 있는 숙소인데 8만원 정도.”
“하루 숙박업소에서 좀 리프레쉬하고 정비하고 떠나면 되니까.”
캠핑카 여행 7일째. 한 번쯤은 진짜 침대에서 자는 것도 좋다.
Black’s Barbecue — 109.75달러의 진짜 텍사스 바베큐

저녁이 되자 드디어 Black’s Barbecue Lockhart로 향했다. 텍사스 바베큐 TOP 50 BBQ Joint에 선정된 곳.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나무 타는 냄새와 고기 굽는 향이 가득했다. 입구에서부터 텍사스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고, 카운터 뒤에는 거대한 훈제 오븐이 보였다.
“와 탑50 BBQ Joint.”
“냄새 봐. 냄새 나무.. 그 불냄새 엄청 나지.”
미국 바베큐 식당은 카운터에서 고기를 무게로 주문하는 시스템이다. 직원이 친절하게 처음 온 우리에게 메뉴를 설명해줬다. 한국 식당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라 처음에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주말 잘 보냈어요? 뭘 도와드릴까요?”
“괜찮아요 모든 음식은 나눠져 있구요. 원하시는 음식을 말씀하시면 되고요. 사이드 메뉴는 3.5달러, 디저트는 3.99달러.”
우리는 비프 브리스킷 하프와 자이언트 립 하프를 주문했다. 자이언트 립은 무게로는 팔 수 없는 거대한 사이즈. 사이드 두 개와 음료까지 포함해서 총 109.75달러 (약 16만원).
“비프 브리스킷 하프 주세요.”
“자이언트 립 하프 주세요.”
“(무게로는 팔 수 없는 자이언트 립)”
“109.75달러입니다 (약 16만원).”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첫 한 입에 모든 의문이 풀렸다. 이게 진짜 텍사스 바베큐였다. 텍사스 바베큐는 정말 텍사스 바베큐 딱 그 느낌이 있었다. 고기 안에 뭔가 투박함이 배어 있었다.
집에서 코스트코 립을 자주 먹는 우리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고기였다. 코스트코 립은 사실 퍽퍽하고 양념이 강한 편인데, Black’s의 자이언트 립은 고기 자체의 풍미가 살아있었다. 코스트코 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텍사스 주 의회가 록하트를 바베큐의 수도로 지정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텍사스만의 분위기가 있었다. 텍사스의 고기란 이런 것이라는 걸 첫 입에 알게 됐다.
식당 안에서는 카우보이 모자를 쓴 텍사스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텍사스라는 주의 정체성이 그대로 식탁에 올라와 있는 느낌이었다.
800km 횡단 — 우리의 텍사스 첫날

이날 우리가 달린 거리는 약 800km였다. 갤버스턴에서 휴스턴(NASA), 그리고 록하트까지. (앨라배마에서 갤버스턴까지의 약 700km는 전날 이미 달린 후였다.) 짝꿍 혼자 운전했다. 33피트 모터홈은 일반 SUV와 운전감이 완전히 다르다. 코너링도 어렵고, 고속도로 차선 변경도 신경을 써야 한다. 800km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다. 이걸 캠핑카로 하루에 달렸다는 건 짝꿍의 체력적 부담이 매우 컸다는 뜻이다.
“운전을 안 해서 그런가? 평생 운전할 거 다 하는 것 같습니다.”
“여보가 운전하면 내가 옆에 못 앉아 있을 거 같애.”
33피트 모터홈을 운전한다는 건 트럭을 운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도로 위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주차도 어렵다. 그래도 하루에 100달러씩 기름값을 쓰면서까지 캠핑카로 횡단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비행기로는 절대 못 보는 풍경과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도로 위에서 거대한 뿔이 달린 소를 보는 일, 록하트 같은 작은 동네에서 진짜 텍사스 바베큐를 먹는 일, NASA 비지터 센터에서 우주의 미래를 보는 일. 이 모든 게 캠핑카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하루다. 우리가 텍사스를 지나며 이만한 뿔이 달린 소를 봤고, 텍사스는 기대했던 것 만큼 짜릿하고 흥겨운 동네였다. 우리의 첫 텍사스는 완벽했다.
NASA에서 우주의 미래를 보고, 록하트에서 텍사스 바베큐의 진수를 맛보고, 갤버스턴에서 새벽 폭풍우와 함께 잠들고. 이런 하루는 비행기로는 절대 못 만든다.
1달러 캠핑카 미국 횡단 — 진짜 가성비란?
이쯤에서 1달러 캠핑카의 진짜 비용을 정리해보자. 캠핑카 렌트비만 보면 1달러로 끝나지만, 실제로는 휘발유와 캠핑장, 그리고 식비까지 합쳐야 한다.
| 항목 | 일일 비용 |
|---|---|
| 캠핑카 렌트 (imoova) | $1 |
| 휘발유 (텍사스) | $100 |
| 캠핑장 (갤버스턴 주립공원) | $10 |
| 또는 숙박 (RV 안 되는 동네) | $50~60 |
| 식비 (바베큐 등) | $50~110 |
| 총 일일 비용 | 약 $160~220 |
비행기 값을 절약했지만, 캠핑카 운영비는 만만치 않다. 그래도 마이애미~LA 약 4,500km 여정 전체를 합치면 비행기 + 호텔 + 렌터카 조합보다 비슷하거나 더 저렴할 수 있다. 보통 미국 횡단 렌터카 여행이면 하루 렌트비 $80~150에 호텔비까지 더해진다. 캠핑카는 숙박과 이동을 한 번에 해결하는 구조라 장거리 여행에 강하다. 무엇보다 여정 자체가 콘텐츠가 된다는 게 가장 큰 가치다. 비행기로 4시간 만에 LA에 도착하면 그 사이의 갤버스턴, NASA, 록하트는 영원히 모르고 지나갈 곳이다.
지난번 미국 캠핑카 1달러에 빌리는 법에서 imoova 신청 방법을 자세히 풀었으니 관심 있으면 거기를 참고하면 된다.
다음 이야기 — 루이지애나·미시시피로
오늘 우리는 텍사스 록하트에서 잠든다. 내일은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앨라배마로 동쪽이 아닌 더 서쪽으로 향한다. 마이애미에서 LA까지 4,500km 여정의 절반도 안 갔다.
캠핑카 여행은 하루하루가 새로운 경험이다. 새벽 폭풍우, NASA의 우주, 텍사스 바베큐, 그리고 주유소에서 자는 밤까지. 비행기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하루가 모이는 게 미국 횡단의 진짜 매력이다.
📺 영상으로 보면 더 생생합니다
새벽 1시 천둥치는 캠핑카 안의 진짜 분위기, NASA 휴스턴 우주비행사 훈련동의 압도적인 규모, 록하트 Black’s Barbecue의 자이언트 립이 칼에 잘리는 순간, 그리고 텍사스 카우보이들과 함께한 저녁 식탁까지 — 글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분위기가 영상에 있어요.
👉 미국 횡단 1달러 캠핑카, 하루 800km 달리고 주유소에서 잤습니다
세계여행 부부의 1달러 캠핑카 미국 횡단 두 번째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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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다덕(BADADUCK) 유튜브 채널의 미국 횡단 1달러 캠핑카 시리즈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