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산은 영도와 송도예요” — 택시기사님 말을 따라가봤다
부산에 처음 도착한 날.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한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요즘 부산에서는 영도랑 송도 갑니다.”
광안리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광안리, 해운대, 남천동 위주로만 다녔다. 그러다 문득 그 한마디가 떠올랐다. 영도가 어떻길래 그러시지. 가보자.
이 글은 부산 광안리 한 달 살기 시리즈의 세 번째 기록이다. 광안리 한 달 살기를 마치고 영도로 1박 2일 떠난 부부의 솔직한 후기다. 깡깡이 마을, 이재모 피자 본점, 흰여울 문화마을, 그리고 영도포차의 ‘영.마.밤’까지. 영도가 왜 요즘 부산의 핫플인지, 직접 살아보고 알게 된 이야기를 풀어본다.
비 오는 아침 영도 — 88년부터 영업한 동네 만두집

영도에 도착한 날 아침엔 비가 쏟아졌다. 일단 가까운 동네 만두집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단출했다.
- 김치 만둣국
- 만두 백반 — 7,000원
자리에 앉자마자 옆 테이블이 가득 찼다. 일하다 잠깐 빠져나온 듯한 분위기였다. 입구에 붙은 영업신고증을 보니 1988년 5월. 영도가 지금 핫플이 되기 한참 전부터 자리를 지켜온 가게였다.
만두 한 입에 짝꿍이 말했다. “아 선택 좋았다.” 음식은 정말 맛있었는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가게가 좁고 손님이 많아 쫓기듯 먹게 된다는 것. 천천히 먹는 사람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군만두가 마음에 남아 “안 바쁜 시간에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하고 일어났다.
영도 동네 가게의 특징. 영도엔 이런 가게가 흔하다. 관광객용으로 꾸민 곳이 아니라, 수십 년 그 자리에서 동네 사람의 한 끼를 책임지는 집들. 영도 여행의 진짜 매력은 이런 곳에 있다고 본다.
깡깡이 마을 — “깡깡깡” 망치 소리에서 이름이 왔다
비가 멈추기를 기다려 출발한 곳은 영도 깡깡이 마을이었다. 영도 북쪽, 남포동과 마주 본 자리.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선소가 세워진 동네라고 한다.

광안리나 해운대가 “바다를 즐기는 곳”이라면, 영도 깡깡이 마을은 완전히 다른 결이었다. 짝꿍이 정리해줬다. “여기는 바다와 삶을 사는 사람들의 동네야.” 배가 빼곡한 부두를 따라 걷다 보면, 부산이 항구 도시라는 사실이 그대로 실감 났다.
깡깡이 안내센터 — 선박 체험까지 무료
마을 입구에 깡깡이 예술마을 안내센터가 있다. 무심코 들어갔다가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안내센터 옆에 약 50년 된 예인선이 정박해 있다. 큰 배가 부두에 접안할 때 밀고 당겨주는 작은 배다. 이 배를 무료로 직접 올라가 둘러볼 수 있다. 안전모만 쓰면 끝.
직원분이 친절하게 동행하며 설명해주셨다. 배 안에서 보고 만져본 것들:
- 샤워실, 침대 (지금은 그물망 해먹으로 개조)
- 선장실 운전대 — 직접 잡고 조타 체험
- 엔진 룸 — 관람객이 움직이면 반응하는 센서 설치
- 밥 시간 알리던 종
- 단풍잎 보러 누울 수 있는 해먹 공간
엔진 룸에서 짝꿍이 춤을 추니 정말 엔진이 돌아갔다. 그 자리에 한참 머물렀다. 50년 된 배가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깡깡이” 이름의 유래
직원분이 알려주신 이야기다. 옛날에 배가 부두에 들어오면 선체에 녹이 슬어 있었다. 아주머니들이 망치를 들고 그 녹을 두드려 떼는 일을 했다. 그 망치 소리가 “깡깡깡깡” 하고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거기서 이름이 왔다. 깡깡이 마을. 짝꿍이 한 말이 인상에 남았다. “이름의 뜻을 알고 나니까 너무 귀엽다.”

안내센터에서 나와 깡깡이 마을 박물관으로 향했다. 옛날 배에서 쓰던 도구, 깡깡이 아지매들의 사진, 머구리 잠수복까지. 이걸 다 동네 분들이 기증하신 거다. 입구에 기증자분들의 이름이 쭉 적혀 있었다.
마을은 컬러풀 스트리트로 이어진다. 옛 공장 건물 외벽에 색을 칠해 만든 거리. 영화 “써니”의 배경 같다는 짝꿍의 말에 웃었다. 영도가 왜 요즘 핫플인지 슬슬 이해가 됐다.
남포동 비프광장 + 부평깡통시장 — 영도 옆 동네까지 정복
영도는 위치가 좋다. 걸어서 남포동까지 갈 수 있다. 깡깡이 마을 산책 후 우리는 영도 옆 부산 중심가로 넘어갔다.
남포동 씨앗호떡 — 4개국어로 응대하시는 사장님

남포동 비프광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씨앗호떡 사기였다. 한 개 2,500원. 1박2일에서 이승기 씨가 먹은 뒤로 유명해진 부산 명물이다.
신기했던 건 사장님이 4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셨다는 점.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글로벌 관광 도시 부산의 일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 입 먹어보니 씨앗이 가득. 짝꿍이 옛 추억을 떠올렸다.
부평깡통시장 + 이가네 떡볶이

비프광장에서 한 골목 들어가면 부평깡통시장이다. 광안리 살이 때 갔던 수영 팔도시장과는 또 다른 매력. 눈이 돌아갈 만큼 볼 게 많다.
여기서 가장 유명한 집은 이가네 떡볶이. 평일 오후라 줄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시킨 메뉴는:
- 떡+튀 셋트 6,000원 (떡볶이 + 오징어 튀김 + 고추 튀김 + 김말이)
- 어묵국물
솔직히 말하면, 짝꿍이 한 줄로 정리했다. “맛은 있는데, 수영 팔도시장 떡볶이가 더 내 스타일이었어.” 부산 떡볶이 도장 깨기를 하며 우리가 매긴 순위는 현 시점 수영 팔도시장 1등, 이가네 2등. 그래도 이가네는 튀김이 진짜 맛있다. 떡볶이보다 튀김이 더 인상적이었다.
카스테라와 카페에서 풀어놓은 부산국제영화제 추억

부평시장 안에서 본 SNS 핫템 생크림 가득 카스테라도 챙겼다. 떡볶이 매운맛을 잡아주는 부드러운 단맛. 시장 산책 후엔 근처 카페에 앉아 잠시 쉬었다.
거기서 짝꿍이 갑자기 옛 이야기를 꺼냈다. 2008년 13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섰던 추억. 그때 정우성 씨를 실물로 처음 봤다는 이야기까지. 부산이라는 도시는 이렇게 누군가의 옛 기억을 끄집어내는 힘이 있는 곳이었다.
영도 살이 둘째 날 — 흰여울 문화마을 트레일 러닝
다음 날 아침. 모기에게 본인의 모든 것을 내어준 짝꿍이 부은 얼굴로 일어났다. 붓기를 빼러 러닝을 가기로 했다. 목표는 흰여울 문화마을까지 왕복 4km.

영도 해안 라인을 따라 뛰는 코스. 그런데 해안 산책로가 공사 중이었다. 우회 길은 오르막의 연속. 결국 의도치 않은 트레일 러닝이 됐다. 2km 만에 멈췄지만 짝꿍이 한 말이 정확했다.
“만약 이걸 러닝 없이 왔으면 그냥 ‘아 예쁘네’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자 하고 끝났을 거야.”
흰여울 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의 촬영지로 유명한 마을이다. 산복도로 위에 자리 잡아 부산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영도에 가신다면 무조건 추천 코스. 시간 여유 있다면 마을 카페에서 천천히 쉬어 가는 것도 좋다.
이재모 피자 본점 — 92년부터 사랑받은 본연의 맛

러닝 후 향한 곳은 부산의 명물 이재모 피자 본점. 남포동에 1992년 문을 연 집. 평일 오전이라 웨이팅 없이 바로 입장. (주말은 줄이 길다고 함.)
주문한 메뉴:
- 이재모 크러스트 (스몰, 6조각) — 베스트 메뉴
- 명품 김치볶음밥
- 탑 시크릿 소스
- 음료 라지 1잔 (리필 불가지만 컵이 정말 크다)

피자가 나왔을 때 첫 인상은 “멋 부리지 않은 옛날 피자”. 한 입 먹는 순간 짝꿍이 말했다.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겠다.”
특징을 정리하면:
- 본연의 맛 — 요즘 기름지고 토핑 많은 피자와는 결이 다름
- 크러스트 안에 치즈가 가득 — 끝까지 맛있게 먹게 됨
- 한국화된 피자 — 한국 사람 입맛에 맞춘 옛 추억의 맛
알아둘 점. 이재모 피자가 30년간 사용해온 임실 치즈를 미국 사푸토의 ‘이재모 프리미엄 치즈’로 변경했다. 옛 맛을 그리워하는 분들의 아쉬움도 있다고 들었다. 우리는 옛 맛을 모르니 지금 맛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일요일은 휴무니 방문 계획 참고.
명품 김치볶음밥도 인상적이었다. 계란 후라이는 완숙(짝꿍 취향: 반숙). 김가루 살짝 뿌리면 완벽한 한 그릇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피자집에서 한국 김치볶음밥을 처음 접하게 만든다는 점도 의미 있어 보였다.
영도의 마지막 밤, 영마밤 — 영도 포차에서 부산병 말기로
영도 살이의 마지막 밤. 짝꿍이 만든 새 슬로건이 있다. “영마밤 — 영도의 마지막 밤.”
향한 곳은 영도 포차거리. 바다 앞 자리에 천막을 치고 운영하는 거리 포차다. 어제는 비가 와서 열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은 다행히 활짝 열렸다.

영도 포차 시킨 메뉴
- 시원한 생맥주 (목구멍이 얼 정도)
- 산낙지 — 20,000원
- 부산갈매기 소주 (사장님 서비스로 첫 잔)
- 레몬 얼음 컵 — 소주와리 만들어 마시기 좋음
생맥주 첫 잔에 짝꿍이 외쳤다. “택시기사님 말 잘 들었다.” 영도가 깔끔하다며 처음에 추천해주신 그분에게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보냈다.
옆에서 부산갈매기 소주 회사 직원분이 와서 시음을 권하셨다. 우연히 받은 서비스. 숙취 해소제와 음료수까지 챙겨주시는 인심이 진짜 부산 같았다.
부산병 — 말기 진단

소주 한 잔, 두 잔 들어가니 짝꿍이 말했다. “내일 가기 싫다.”
지난 글에서 진단받은 부산병. 영도까지 다녀온 뒤 짝꿍은 결국 말기 판정을 받았다. 나는 중기로 자가 진단. 부부 둘 다 부산을 떠나기 싫어졌다.
짝꿍이 한 말이 정확했다. “이건 2박 3일 와서는 느끼지 못하는 병이에요.” 광안리에서 일주일, 영도에서 1박 2일. 짧지 않은 시간을 부산에서 보냈더니 진짜 그곳에서 사는 사람의 마음이 됐다.
영도 1박 2일 코스 + 비용 한눈에 정리
| 시간 | 장소 | 비용 |
|---|---|---|
| Day1 아침 | 영도 동네 만두집 | 1인 7,000원 |
| Day1 오전 | 깡깡이 마을 + 선박 체험 + 박물관 | 무료 |
| Day1 점심 | 남포동 씨앗호떡 + 부평깡통시장 | 호떡 2,500원, 떡+튀 6,000원 |
| Day1 오후 | 카스테라 + 카페 | 약 15,000원 |
| Day1 저녁 | 용두산공원 + 영도 숙소 | 스티커 1,000원 |
| Day2 아침 | 영도→흰여울 문화마을 러닝 | 무료 |
| Day2 점심 | 이재모 피자 본점 (피자+김볶밥+음료) | 약 30,000~35,000원 |
| Day2 저녁 | 영도 포차거리 (영마밤) | 약 40,000~50,000원 |
부부 1박 2일 식음료 + 관광 약 12~15만 원대. 영도 숙박은 별도. 무료 관광 콘텐츠(깡깡이 마을, 선박 체험, 박물관, 흰여울 문화마을)가 많아 가성비가 좋다.
영도가 요즘 부산의 핫플인 진짜 이유 — 우리 부부의 결론
택시기사님 말이 맞았다. 영도는 요즘 가야 할 부산이다. 직접 살아보고 정리한 영도의 매력 5가지.
- 광안리·해운대와 결이 완전히 다르다. 관광이 아니라 삶이 보이는 동네. 배 수리, 시장, 동네 만두집까지.
- 무료 콘텐츠가 풍부하다. 깡깡이 마을, 선박 체험, 박물관, 흰여울 문화마을. 비용 부담 없이 깊이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 걸어서 남포동, 부평시장까지 닿는 위치. 1박 2일 안에 영도 + 부산 중심가를 한 번에 본다.
- 음식의 본연의 맛. 88년 만두집, 92년 이재모 피자. 수십 년 전부터 그 자리에서 검증된 가게가 많다.
- 영도포차의 분위기. 부산다움이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밤 풍경. 영도에 1박은 꼭 추천한다.
다음 부산 살기 계획 — 영도로 한 달 살기. 짝꿍이 영도 포차에서 한 말 그대로다. “다음에 와도 영도 한 번 더 오고 싶어.” 부부 둘 다 부산병 말기. 다음 한 달 살기는 영도에서 하기로 합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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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마을 50년 된 배의 엔진 작동 순간, 부평시장 골목의 사람 냄새, 이재모 피자 본점의 첫 한 입 표정, 그리고 영도포차에서 부산갈매기 소주를 받아 든 그 밤까지 — 글로는 다 담기 어려운 순간이 영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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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다덕(BADADUCK) 유튜브 채널의 한 달 살기 시리즈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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